온 조교수의 꿈!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과제를 수주했습니다!
올 1월부터 작성해서 2월 중순 경에 접수한 우수신진연구 과제가 기나긴 심사 끝에 올 4월 말에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었지만 과제수가 많아서 여유로웠던 "기본과제"와 "생애첫연구" 같은 과제들이 이번 정부 들어서부터 다 없어지면서 이번 년도 우수 신진 연구 경쟁률이 엄청 높았던 것으로 들었기 때문에 애당초 마음은 포기하고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심적은 포기는 상당히 이른 시간에 시작되었습니다. 심지어는 과제를 접수하기 전부터 설마 이게 되겠어? 하는 마음에 썼었습니다.
사실 과제 제안서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1월에 모 국가와 국제협력 과제를 쓰기 위해 외국의 공동연구자를 억지로 섭외까지 하여 열심히 제안서를 썼지만 실패의 쓴 맛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처음 쓰는 과제라 많은 시간을 들였었습니다. 학교로부터 수고했다고 받은 30만원 가량의 위로금(?)....외에는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종 탈락의 결과를 듣고 난 뒤에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와 같이 석사부터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케이스는 한국의 연구 생태계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상태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그래도 과제의 기획부터 과제 접수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미리 한번 경험해보았다는 것이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연구비 없는 조교수들에게 본 게임은 2월에 있는 대규모 신진연구자를 위한 개인 기초연구 과제이니까요. 그리고 저의 실패 경험은 본 게임에서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첫 번째 과제 제안서의 실패 속에서 받았던 선배 교수님들의 귀중한 피드백이었습니다. 사실 그 피드백들이 무엇보다 가치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추운 겨울이 찾아보고, 겨울 방학으로 텅빈 캠퍼스의 분위기가 익숙해질 무렵, 2024년 1월 드디어 개인기초연구 과제 공고가 났고, 그렇게 본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저보다 더 훌륭한 조교수님들이 계시고 불운으로 인해 선정되지 못한 더 훌륭한 연구계획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감히 제가 누구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또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기에 제가 가진 성공에 대한 경험을 조금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우수 신진연구 과제 제안서를 쓰기 위해 그다지 빡세게 쓰지 않았습니다. 하루 2~3시간 정도 딱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만 썼습니다. 대신에 약 2주 동안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썼습니다. 완벽주의를 버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작은 부분이나 디테일을 고집하지 않고, 준-전문가의 입장에서 내가 제시한 프레임이 어떻게 쉽게 한 눈에 들어올까만을 고민하며 썼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최대한 힘을 빼서 글을 썼습니다. 과제를 접수하고 난 뒤에는 정말 잊어버렸습니다. 애당초 확률이 너무 낮은 싸움이었고, 저는 지속해서 과제 수주를 위해 제안서를 계속 써야하는 일이 직업이었으니까요. 오래 달리기를 할 때와 같은 마음 가짐으로 살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갑자기 과제가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랜 스트레스가 풀리며 정말 날아갈 것 같은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났네요.
과제가 선정되고 난 후에는 이제 연구 협약부터 연구비 집행, 보고서 작성 등과 관련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처음하는 일이라 익숙하지않아 분명 서툴것이고, 이미 능숙한 분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도 계속해서 실수가 나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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