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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수로 살아남기

과제 제안서 쓰기, 글로벌 기초연구실

by 심심한공학박사 2025. 1. 28.
  • 멍하니 방학을 보내다가 마감을 일주일 남겨두고, 과학기술정통부 한국연구재단, 집단 과제 글로벌 기초 연구실 (Basic Research Lab, BRL) 과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 과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에 대하서는 해마다 발표되는 공문을 꼼꼼히 읽는 것이 먼저지만, 나는 그런 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 긴 글에는 쓸데없는 정보들이 많아서 큰 그림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지인을 통해서 해당 과제에 대한 큰 프레임을 전수받고, 머릿속에 해당 공문에 대한 큰 구조가 선 다음, 제안서 작성과 같은 일에 착수한다. 디테일들은 내가 직접 일을 진행하면서 그때그때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찾아보기 식으로 참조하는 식으로만 접근한다. 최선이 아닐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너무 꼼꼼하게 해 버릇하면 내 성격상 '귀찮음'을 핑계로 중도에 포기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 교원이 쓸 수 있는 연구재단 과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개인 연구와 집단 연구. 나는 개인기초 연구로서 우수 신진 연구를 이미 진행 중이지만, 이에 더해 집단 연구에도 지원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집단 연구를 쓰려고 한다면, 일단 *주제*가 있어야 하고 *팀*이 있어야 한다. 연구 재단 과제를 수주할 수 있는 신분인 사람을 최소 3명, 최대 4명까지로 구성해야 한다. 해마다 지속해서 공고가 나는 연구 과제이므로 과제를 쓰기 훨씬 전(6개월?)부터 대략적으로 주제와 팀이 조율되어 있으면 일하기가 편하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닌 적이 없는 나는, 한국에는 지도 교수라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랩 선후배도 없이 외톨이로 시작하였다. 그래도 지금은 속된 말로 *깐부*라 할 수 있는 공동 연구자가 한 명 있다. 그래서 같이 쓰기로 마음먹고, 제삼자를 빨리 섭외해서 팀을 꾸리고, 부랴부랴 제안서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 
  • 올 해초 사실 다른 교수님으로부터 다른 팀으로 같이 써보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쪽 그룹은 부교수 이상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깐부*연구자가 있기에 거절하였다. 깐부 교수님이 아직 연구재단 펀딩이 없어서 무엇이든 과제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시기를 내가 함께 해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한 마음은 연차 있는 부교수님들이랑 함께 팀을 꾸리면 왠지 내가 다해야 할 것 같아서...ㅋㅋ) 
  • 아직 과제 제안서를 작성 중이지만, 요새 연구비 경쟁이 워낙 빡세서 사실 별 기대는 없다. 더군다나 나는 현재 개인 기초연구를 통해 받은 펀딩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팀원 교수님 죄송...ㅠㅠ) 그럼에도 이번에 제안서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실제 과제 수주와 관계없이 항상 과제 제안서를 쓰는 습관을 몸에 들여두고, 허접하더라도 일단 제안서 초안을 뽑아서 가지고 있으면, 또 어느 순간에든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중에 또 급하게 써야 하는 과제가 나왔을 때, 이전에 떨어진 제안서의 상당 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다. 내가 임용이 되고 나서 처음 쓴 과제 제안서는 글로벌 협력 연구 쪽으로 아주 경쟁률이 높은 과제였었고, 당연히 떨어졌다. 하지만 첫 번째 제안서를 쓰면서 많은 연습을 할 수 있었고,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을지라도 이때 길러진 체력으로 다음 학기에 바로 우수신진 연구를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